신구약 모두에서 하나님의 백성은 열방에 빛이 되도록 부름받는다. 하지만 열방의 빛이 되려면 거룩한 백성의 변화된 삶에서 그 빛이 이미 비치고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선교, 450).

 

창세기 18:19에 따르면, 하나님의 백성의 삶의 윤리적 특성은 그들의 부르심과 그들의 선교를 연결시키는 중대한 연결 고리다. 열방을 축복하시려는 하나님의 의도는 그 축복의 행위자가 되도록 창조하신 백성들에게 부과된 하나님의 윤리적 요구와 분리할 수 없다. 성경적 윤리 없이 성경적 선교는 없다 (하나님의 선교, 464).

 

*국민일보 (2008년 1월 24일)기사를 2010년(글을 쓸 당시) 상황에 맞추어 약간 수정했습니다.
[21세기 신학자들―(19) 크리스토퍼 라이트] 구약 윤리 ‘삼각형 틀’로 대중화

 

한국 복음주의계에도 잘 알려진 존 스토트의 ‘후계자’는 누구일까? 후계자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면 크리스토퍼 라이트라고 말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존 스토트는 자신의 인세를 주된 재원으로 하여 ‘다수세계(the Majority World:제3세계를 달리 부르는 말)’의 복음주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을 돕고자 랭함재단(1969년)과 복음주의문서재단(1971년)을 설립했다. 그러던 중 2001년 두 단체와 그 외 여러 나라에서 활동중이던 유사한 단체들을 하나로 합쳐 국제랭함파트너십(Langham Partnership International)을 설립하게 된다.

이때 존 스토트의 리더십을 이어받아 사역을 총괄하는 국제 사역 디렉터로 세워진 사람이 바로 크리스토퍼 라이트이다. 존 스토트는 “크리스토퍼 라이트 외에 랭함재단 사역들의 리더십을 이양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나는 그가 이 일을 위한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믿는다”라고 평했다.

라이트는 존 스토트가 주임사제(담임목사)로 있었던 런던의 올소울즈 교회의 명예사역자이며 설교팀의 일원이기도 하다. 라이트는 뛰어난 주해자라는 점에서도 스토트와 닮았다. 그는 존 스토트의 ‘로마서 강해’가 출판된 ‘The Bible Speak Today’의 주해 시리즈에서 ‘에스겔 강해’를 맡기도 했다. 그 외에도 ‘신명기’(NIBC), ‘레위기’(IVP 성경주석) 등의 주석을 저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트를 스토트의 그늘 아래에서만 이해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라이트 자신만의 분명한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윤리와 선교에 대한 구약적 공헌을 탐구한 복음주의권 내에서 가장 탁월한 학자이자 실천가이다.

그의 학문적 탐구는 케임브리지 박사 논문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1960년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고전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벨파스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1970년대에 케임브리지대에서 구약의 경제 윤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논문은 후에 ‘하나님의 땅에 사는 하나님의 사람들(God’s People in God’s Land)’이라는 제목으로 1990년 출판된다.

보통 박사 논문이 먼저 출판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그의 본격적인 첫 저서는 이 논문이 아닌 ‘현대를 위한 구약윤리’(1983)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구약 윤리 이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윤리의 삼각형’이라는 틀을 대중화했다.

라이트는 가장 최근 저서인 ‘[하나님의 선교] (The Mission of God)’에서 선교가 성경의 여러 주제 중 하나가 아니라 성경 전체가 “경계를 넘는 선교적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윤리와 선교가 어떻게 통합되는지 명쾌한 논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현대를 위한 구약윤리’와 더불어 라이트의 가장 중요한 저작으로 남을 것이며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기독교인 삶의 사회적 윤리적 차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1947년 20년간 브라질에서 선교를 마치고 미전도지역선교회에서 총무로 사역하던 목사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종교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했던 북아일랜드 벨파스트가 고향이다. 그는 아버지처럼 인도의 푼(Pune)에 위치한 유니언 성경신학교에서 5년간 선교사로 사역하기도 했다.

1988년 영국의 열방기독교대학에서 구약을 가르치기 시작해 1993년부터 2001년 랭함파트너십의 디렉터가 되기까지 8년간 학장으로 재직했다. 그의 가족적 배경과 이러한 학문적 환경은 구약 윤리와 선교에 대한 그의 관심을 자라게 한 중요한 토양이었다.

라이트의 신학은 특히 구약윤리에 대한 얄팍한 이해들이 활개치는 한국의 상황에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 교회가 윤리적 파산을 면하고, 부동산 문제와 같은 사회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책임있는 논의를 펼치기 위해 반드시 숙고해야 할 내용들을 담고 있다.

 

전성민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세계관 및 구약학 교수 /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