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생활사역연구소에서 발행하는 Seize Life 3호 (2009년 8월)에 실린 전성민 연구위원의 “새로운 신학교가 올까”라는 글을 5회에 나누어 연재합니다. 이 글은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설립되기 얼마 전에 발표된 글입니다. 이 글에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설립되게 된 문제의식과 느헤미야가 세워지기까지 직간접적인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느헤미야의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글입니다.

 

(2부. 누구에게 일상생활신학이 필요한가)

 

3. 성경연구와 기독교 세계관(이하 성세)

웨신은 예전에 “성경연구와 기독교 세계관”(이하 성세)라는 과정을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개설해 약 2년간 운영할 적이 있었다. 당시 2년짜리 과정으로 개발된 커리큘럼을 다음과 같다.

모세오경과 현대 / 오늘을 위한 바울의 복음 / 요한계시록과 종말론 / 기독교 윤리
선지서와 영성 / 복음서 주해 / 히브리서의 신학 / 한국교회와 한국인의 세계관
구약 역사 여행 / 사도행전 이야기 / 역사적 예수 연구 / 교회사 이야기
구약의 지혜와 인생 / 시편의 영성 /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기독교적 세계관

이 과정을 소개하면서 사용했던 문구들은 이 과정의 특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첫째, 이 과정은 신학교육 대상의 대중화를 추구했다(“목회자만이 아닙니다”). 둘째, 신학교육의 대상은 대중화 하되 그 수준은 유지했다(“성경공부가 아닙니다”). 이러한 생각은 이 과정을 소개하는 인터뷰에 실린 권연경 교수의 말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기독 전문인들이 와서 일정 기간 신학 공부를 하면서 신앙[학]적 소양을 공급받고는 다시 자신의 삶의 영역으로 돌아가는 식이다. [이 과정이] 일반 성도들을 신학적으로 준비시켜주는 …. 필요을 잘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6]

그런데 이 과정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일상생활신학에 대한 과목들 보다 성경연구에 대한 과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반 성도들과 그들의 삶의 영역을 염두에 둔 과정이면서도 성경 연구에 비중이 높은 것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성경에 대한 높은 관심과 강조는 한국적 상황의 특징이다. 정확한 실증적 자료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이것은 어쩌면 한국 교회의 신학적 경향이 성경을 중시하는 복음주의 혹은 근본주의적 성향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러한 한국적 상황은 일상생활신학을 조직신학적이나 실천신학적으로 접근 하는 것 보다 성서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더 유리하고 편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유효하려면 성경 과목을 담당한 교수들의 일상생활신학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조금 있다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성경 과목들이 주를 이루는 두 번째 이유는 일상생활신학에 대해 혹은 “평신도”를 위한 신학교육에 대해 비교적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교수들의 전공이 성서학이라는 당시 웨신의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이것은 성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적 상황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성경과목을 제공하되 일상생활신학적인 관점이 수업에 스며들 수 있게 하는데 웨신이 유리했었음을 말한다. 그런데 이 사실은 일상생활신학이 신학교 맥락에 뿌리를 내리는데 교원과 학교 전체의 신학적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게 된다.

이 과정은 첫 해 모두 “평신도”인 10여명의 학생들이 지원하여 활기찬 시작을 했으나, 추후 정확히 분석되지 못한 이유로 (아마 지속적인 홍보의 부족이 아니었나 생각 한다) 이 과정에 신입생들이 계속적으로 모집되지 않아 이 과정은 목회학석사 과정생들과 함께 수강하는 웨스트민스터 성경대학(Westminster Bible Academy)로 변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교수들이 일상생활신학에 대한 관심 여부과 관계없이 강의를 맡고 진행하게 되면서 이 과정은 수강생과 강의 내용에 있어서 “일반성도들을 신학적으로 준비시켜” “자신의 삶의 영역으로” 돌아가는 원래의 취지를 거의 상실하게 된다. 물론 일반성도들과 전임목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같은 강의를 들으며 서로의 생각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이론적으로는 여전히 존재하다는 측면에서 성세 과정의 원래 취지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는 것은 너무 냉혹한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강생 전원이 평신도였을 경우 좀 더 편안하게 일상생활 가운데 생기는 질문들과 문제의식이 나누어지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성경을 연구했던 분위기는 거의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수적으로 매우 소수에 속하게 된 “평신도”들은 더 이상 능동적으로 질문하면서 자신의 삶의 문제들의 해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기회를 많이 잃어버렸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 일상생활신학 관련 과목의 취지가 유지되고 정착하려면 수강생들의 구성 또한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주 –

[주6] 양희송, “20년 낚시 다닌 사람과 20년 교회 다닌 사람의 차이,” 복음과상황 제173호 (2005년 12월 1일자), 26.